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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마음의 방 문을 열어본다. 그곳은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은 은유와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

사방에 얽히고설킨 줄이 있으며,

표정 없는 아이들이 물속에 서 있거나 줄에 매달려 있다.

그림 속 아이들은 현재의 나 자신이자 과거의 자신이다.

이 방의 천장과 벽에 구멍이 생기고 그 틈에서 물이 새어 나온다.

물에는 역사가 담겨있고 기억 속 돌이킬 수 없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마음이란 하나의 작은 세계이고 우리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열심히 달려가다 갑자기 발이 멈추어 버릴 데가 있다.

나는 문제의 출발점이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어서, 그래서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안을 살핌으로써 현재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내 주변을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다른 지점에서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내 그림은 마음속 딱딱하게 굳은 감정들을 다시 풀어내는 작업이다.

기억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역사가 기록된 것이므로,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흔적을 지울 수는 없다.

조용히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내려가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 기억 속 지나간 감정들을 되새긴다.

그렇게 허물어진 기억 속 감정들은 마음에 온기를 준다.

그리고 그림은 그것들을 형태로 바꾸어 이 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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